나는 누구인가?

  오늘날의 사회는 급속도로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있는가 하면, 심리학자가 있고, 사회사업가, 변호사, 판사, 건축가 등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옵니다.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건강한 자기 이해가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목회자의 위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사회학자 오즈먼드 슈뢰더(Osmund Schreuder)는 “우리 시대의 성직자의 위기는 이러한 직업 분야의 전문성 개발 부족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목회’라는 영역이 인간의 삶 전체에 걸쳐 있어서 광범위한 인간의 삶과 심리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인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가 목회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현장에서 고독하게 서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이나 마음속의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누군가 인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홀로서기’에 익숙해져 있는지 모릅니다. 홀로 감당해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거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에 연루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쉽게 ‘저런 사람이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아마추어입니다. 자기의 모순된 자아에 직면했을 때, 전문가처럼 자기를 진단하고 교정할 능력이 인간에게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자(老子, 중국 춘추시대의 철학자이자 도가의 시조)가 이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남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그 이상으로 총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남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은 그 이상으로 강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 가장 총명한 사람이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인은 우주라는 광대한 영역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영역까지 탐구하고 지식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전문가의 영역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모르는 부분은 바로 ‘자신에 대한 지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알고, 판단하고 있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점점 더 무지해 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