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와 침묵

  인간은 고독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홀로 있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합니다. 고요한 곳에 홀로 있는 것보다는 소란하고 복잡한 삶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 깊은 고독의 세계를 넘어서서 하나님 앞에 홀로 선 자신을 대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영성신학자 헨리 나우웬은 우리의 삶이 양극 사이에서 주저하며 긴장 상태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 양극성은 우리와 우리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우리 자신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고독과 독거’라는 양극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독이라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났을 때, 인간은 하나님을 마주하는 독거를 경험하게 됩니다. 내 안에 있는 온갖 세속적인 감정들과 생각들, 그리고 적대적인 감정들이 내안의 나를 충돌질하고 부정적인 틀 안으로 가두는 것을 느낍니다. 그 안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부정적인 내안의 자아가 진정으로 주님을 만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에 대해서 토마스 켈리(Thomas Kelly)는 ‘내면의 빛’을 말합니다.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는 영혼의 성소이며, 신적 중심으로서 말씀하시는 음성이 있다. 영원(永遠)이 우리 마음 안에 있으면서, 우리들의 진부한 삶을 공격하고, 놀라운 운명에 대한 암시로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며, 영원 자체를 상기시켜 준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내면의 빛’은 우리 가운데 계신 하나님의 현존입니다. 이 하나님의 현존은 우리가 깨달아서 주도적으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은 인간이고, 반응하는 것은 하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도하심을 고백하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주도하시고, 우리는 응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고 말씀했습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면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고, 그 음성에 반응하는 성도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번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홀로 거할 때에, 고독을 느끼는 성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선 ‘독거’의 자세를 가져봅시다. 그리고 침묵 가운데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십시다.